동네 떠돌이 백구 주인을 찾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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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굶었는지..
배는 등에 붙어있었고 배가 너무 홀쭉하다 보니
갈비뼈가 튀어나와 보였다.
엄마가 매일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러 가시는 길에
이 불쌍한 백구를 만난 거다.
급한 대로 고양이 사료라도 꺼내 주셨다.
밥 먹는 중에도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몸을 사릴 정도로 겁이 많았다.
.
.
이른 저녁 먹고 산책하러 나가신 엄마가
아까 그 백구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강아지 사료와 간식들을 챙겨
부랴부랴 뛰쳐나갔다.
비를 쫄딱 맞은 실제로 본 백구는
겉에 털가죽만 얹혀 있지
영상보다 더 말라 보이고 힘이 너무 없어 보였다.
사람 밥을 먹으며 자라왔는지
강아지 전용 사료를 주니 안 먹는다.
아침에는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개 사료도 안 먹는데
고양이 사료를 먹었을까.. ㅠㅠ
백구가 아파트 안에 분리수거장으로
힘없이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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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전부 흙탕물 같은 고인물이라서
먹을만한 물도 찾지 못해 못 먹었는지
손 씻는 곳 밑으로 흐르는
하수구에 고인물을 먹으려 했다.
플라스틱 분리수거 통에서 물 받을 만한 통을
급한 대로 찾아서 깨끗한 물을 받아서 줬더니
목이 말랐는지 꿀꺽꿀꺽 소리 내며 엄청 먹는다.
딱해 보였다..
축 처진 꼬리의 뒷모습이 너무 가여워 보였다.
주인이 있는 걸까.. 아니면 버려진 것일까..
아파트 안에 비를 피해서 자리를 잡고 앉아있으면
그나마 좋으련만, 사람들이 무서워하는걸 눈치챘는지 자꾸 어디론가 터벅터벅 걸어간다.
나는 백구 위치 파악하기 위해 계속 따라가는 동안
엄마가 집으로 올라가셔서
밥을 하얀 소고기 국물에 말아서
가지고 오실 준비를 하셨고,
해는 지고 어둑어둑 해지는데
횡단보도를 자꾸 건너는 백구가 차에 치일까 봐
불안 불안해하며 뒤를 함께 걸었다.
다른 공원으로 넘어가 풀 속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있던 백구에게
밥을 주니 너무 잘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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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저렇게 홀쭉한 백구를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신도시라 주변에 먹을게 아무것도 없었을 텐데
대체 무얼 먹고 그동안 버텨왔을까.. ㅠㅠ
깨끗한 물까지 따라주니
밥 먹고 어디론가 가려다가
다시 발길 돌려서 물 먹으로 돌아온다.
깨끗한 물이 얼마나 마시고 싶었을까..
비가 잠시 약해져서 다행인데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가지고 나간 사료와 물 채운 통을
근처 비 안 맞는 곳에 놔두고 오긴 했는데..
... 잠이 안 온다..
신고를 하려고 여기저기 검색을 해봤다.
이상한 곳도 많아서 데리고 가서
주인 못 찾거나 입양이 안되면
안락사시킨다는 소리도 있고..
어떤 방법이 좋을지 몰라서
일단 아침에 나와 놀랄 아이들도 있을 테니,
빨리 퍼질만한 동네 큰 연합 카페에
미리 글을 올려 퍼트리고,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려 보기로 했다.
동네 사람들이 서로서로 이곳저곳 퍼트려주면
싸나울까 무서워했던 주민들도
저 배고프고 순한 불쌍한 백구에게
따듯한 관심이라도 보여줄 수고 있다고 생각했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배가 등에 붙었어.. 가여워..ㅠㅠ https://youtu.be/W7bOzFGKK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