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나의 할배와 두 친구

13세 노견. 내가 정신을 바짝 차릴 때가 왔다. 반려견 노화의 가속화

핑거온라인 2020. 10. 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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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아기같은 얼굴 이지만 몸이 성하지 않은 노견인 것이다.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산책할 때도 너무 잘 걷고 산책 갈 때만 되면 너무 좋아서 방방 뛰고 그랬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켁켁 거리며 기침을 조금씩 하기 시작하더니 조금만 좋아서 흥분하면 마른기침 같이 켁켁 거리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약해지나 보다 했지만
두 달 전에 한번 아이가 새벽에 다리가 힘이 풀리며 이상한 증세를 보였던 이후로부터 많이 약해져 가는 게 계속 보여서 나도 이제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할 때가 왔음이 점점 느껴진다.

너무 애기 같이 보여서 가끔 얘가 노견임을 깜박한다.
멀쩡해 보여도 몸이 한두개씩 망가지기 시작하는 나이다.

그날은 너무 놀래서 미리 알아놨던 24시 동물병원을 급하게 갔었다. 가는 중에 엄마가 계속 몸을 마사지해 주고 쓰다듬어 내려줬더니 병원 도착해서 괜찮아지긴 했다. 병원에서는 혹시 발작할 수도 있으니 입원시키고 싶으면 시키고 가라고 했지만 솔직히 입원하고 애를 병원에 가둬놓고 오는 게 아이한테 제일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일 것 같아서 집으로 데리고 왔다.

여기서 잠시 내가 어릴 때 키우던 말티즈 같은 종이 있었는데 기적 같은 일을 겪었던 중요한 얘기를 잠시 하고 가겠다.

그 당시 갑자기 애가 다리를 쭉 펴서 굳어버리며 눈이 돌아가고 일어서질 못했던 날이 있었다. 정말 거짓말처럼 잘 뛰어놀다가 갑자기 벌어진 일이다.

급하게 동물병원을 데리고 갔다. 병원에서는 불안하면 입원을 시키라고 했고,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까지 들어서 불안해서 미칠 뻔한 적이 있었다.


그때 엄마랑 내가 선택한 건 가망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그 병원에 맡기고 갔다가 주인 얼굴도 보지도 못하고 죽을까 봐, 또 수의사가 자식처럼 키워 온 우리보다도 하루 종일 우리 아기한테 붙어있을 리 없다 생각하고 집으로 데려와서 잠도 안 자고 애기 옆에서 기도해 주고 쓰다듬어주고 눈 마주치고 살아달라고 천 번, 아니 만 번 이상은 쉴세 없이 말했던 것 같다.

다리가 굳어서 옆으로 누워있는 애가 밥도 먹을 리가 없었다. 눈은 반쯤 돌아가 있었고 하루 종일 먹지 않고 겨우 숨만 가쁘게 쉬고 있었다. 먹지 못할 것 알면서도 주사기에 분유를 타서 입에다 살짝살짝 넣어주기도 했고 물도 몇 방울씩 입에 적셔주기도 하고 새벽부터 아침이 될 동안 강아지랑 같이 누워서 살아나라고 죽을힘을 다해 기도하고 간호했다.


기도의 힘인가.
해가 뜨고 엄마와 나는 그때까지도 힘들어하는 애기 옆에서 자세를 낮춰 보살피며 눈을 마주쳐 주고 있었다.
포기하지 않았다.

순간이었다.
서지도 못했던 애가 갑자기 바둥바둥 다리를 움직이고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굶었기에 먹을 힘이라도 있을 때 주려고 얼른 주사기에 넣어놨던 분유를 입에다 넣어줬다.

기적이었다.
애가 살겠다고 입을 움직이며 삼키기 시작했고 더욱더 일어서려고 애썼다.
기적 같은 순간에 엄마랑 나랑 폭풍 눈물이 나고
애를 살살 일으켜서 몸을 붙잡아주고 원하는 데로 가게 했더니 옆에 밥그릇으로 비틀거리며 거의 기어가듯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다 죽었던 애를 살렸다.
애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그때 만약 병원에 갇혀 있었다거나, 집에 데려와놓고 우리가 잠든 사이에 애가 저렇게 살려고 바둥거렸다면 어쩔 뻔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옆에서 지켜주면 살릴 수 있다는 걸 나는 이미 오래전에 한번 겪었었다.
그래서 수술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긴가민가 할 때는 병원에 입원을 시키지 않고 차라리 내가 보살핀다.

시간이 없어서 병원에 맡길 바에는 애초에 강아지를 키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말 못 하는 사람 아기 키우는 거랑 똑같은데 애가 아픈데 남한테 맡기고 일하러 가는 거나 똑같은 거다. 누구든 잠시라도 보살필 수 없다면 애기 때 그냥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키우지 말길 바란다.

노견이 되면 못생겨지고 검버섯도 생기고 작은 혹도 생기기 시작하고 눈꼽도 껴서 닦아 줘야 하고 혹시나 치매라도 걸리면 똥오줌 다 해결해줘야 하고 손이 많이 가고 병원비도 많이 든다. 사람처럼 동물들도 노화가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때도 끝까지 옆에서 보호해 주고 캐어해 줄 자신 있다면 유기견들 입양해서 키워도 좋다.

다시 지금의 울 댕댕이 얘기로 돌아와서,
애가 집에만 있으면 너무 아파 보여서 제일 좋아하는 산책을 무리하지 않게 하루에 한 번씩 꼭 바람이라도 쐬어주러 데리고 나갔다 들어오곤 한다.

집에 있을 때와, 밖에 있을 때의
댕댕이 기분은 천지차이다.
산책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한 번의 이상 증세가 있었던 이후로 두 달 만에 또 한 번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숨 쉬는 게 더 힘들어 보였고 갑자기 오른쪽 앞다리를 슬로우 모션으로 하늘로 향해 쭉 들더니 안쪽으로 굽힌다. 그러고는 땅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이상한 자세로 있는 거다.
놀라서 다리 마사지를 해줬다. 다리를 천천히 부드럽게 피면서 내려주고 앉아있는 애기를 지켜보는데 뒷다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추석 연휴라 다니던 병원도 닫고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노견 다리 떨림 증상. 병원에 보여 주려고 찍어놨다.

노견이라 심장이 안 좋은 건 알았지만 갑자기 다리까지 저러고 심지어 걷는데 다리가 힘이 없어 지탱을 못하고 벌어진다.
뇌 쪽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근육이 많이 쇠약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머리가 기울어진다거나 검은 눈동자가 왔다 갔다 움직인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어제 한숨도 못 자고 울면서 강아지 카페들 다 돌면서 증상을 검색했다. 이럴 때 병원에 가면 보통 mri를 찍어보자고 권유한다고 한다. 근데 문제는 mri는 마취하고 찍기 때문에 노견들이 버텨 주기엔 무리가 크다고 한다.
동물을 돈으로 보는 병원들은 무조건 mri부터 찍어보자고 하고 그래도 양심 있는 의사들은 무조건 적인 무리한 검사는 진행 안 하고 지켜보는 병원도 있고
아주 노견에게는 하지 말라고 하는 의사도 있다고 한다.

(40일전) 앞다리 드는 행동과 다리떨림 증상이 시작되다. 노견 반려견과의 이별. 노화의 빠른 진행. - https://fingeronline.tistory.com/m/95

(40일전) 앞다리 드는 행동과 다리떨림 증상이 시작되다. 노견 반려견과의 이별. 노화의 빠른 진

반려견과의 이별이 빨리 진행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갑자기 앞다리를 하늘 높이 드는 이상 행동을 보였습니다. 몸이 아픈 건지 앞다리가 이상해서 무서워 떠는 건지 다리가 떨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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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감이 교차한다.
노견인데 뭔가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사실 수술 하기도 힘든 나이 인건 사실이다.
간단하게 약으로서 치료가 되는 건 내가 노력해서 약을 먹이고 하면 되는 거지만 수술로써 고쳐지는 건 노견이 견뎌내야 할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검색해 보니 mri도 동의서 쓰고 진행된단다.
마취가 안 깨어날 수도 있기에..

동네 어떤 병원에서 전부터 애가 노견이라 미용하는 것도 스트레스받을 거라고 웬만하면 자주 시키지 말라고 했다. 미용도 겁나서 못 맡길 판에 노견에게는 수술이란 건 말도 안 되는 거다.


생각해 보니 애는 사람 나이로 치면 완전 할아버지인데 뭘 이쁘게 만들겠다고 미용을 보내고 했는지..
요즘에는 강아지 미용기 사서 스트레스 안 받게만 직접 내가 밀어준다. 털이 막 날려도 애기 안고 토닥거리며 밀어주니 미용 보내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인 것 같다.

애가 오래전에 미용 갔다가 귀가 잘려서 온 적이 있어 미용만 다녀오면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온다.
그때 애기라 미용사가 살짝 스쳐서 피가 났다고 거즈를 대고 나온 적이 있었는데 가위컷 미용이라 귀의 털은 길게 예쁘게 땋아서 묶어놓은 상태라 털로 다 덮여있어서 그렇게 많이 잘린 심각한 상황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나중에 애가 좀 크고 이사를 했는데 여름에 너무 더우니까 처음으로 귀까지 바짝 털을 밀었었는데 그때 속 살을 보고 기겁했다.

미용사 실수로 잘려나간 귀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내가 너무 꼼꼼하지 못했고 애가 아무렇지 않게 잘 논다 하더라도 한 번쯤 털 사이로도 피부를 잘 보고 체크했어야 했는데 애한테 너무 미안하고 나에게 정말 너무 실망스럽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살짝 스쳤어요. 괜찮을 거예요” 하고 애를 내놓은 그 미용사가 괘씸하고 원망스럽다.

그 후로는 이사 온 동네에 미용사에게 맡길 때 이런 사정 다 얘기해 주고 너무 스트레스받아하면 굳이 꼼꼼하게 자르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를 해준다.
나이 들고 나서는 오랜 시간 견뎌야 할 가위컷 또한 안 한다. 그냥 내가 자르기 어려운 얼굴과 발바닥 정도만 한다. 이제는 예쁜 모습 귀여운 모습이 중요하지 않다.

건강이 우선이고 미용으로 까지 스트레스받게 하기 싫다. 그래서 요즘엔 울 댕댕이가 목욕을 시켜도 뭔가가 구질구질해 보인다.
그래도 밥이라도 아직 잘 먹어줘서 내 눈엔 너무 예쁘다.

애기가 편하게 있다가 갈 수 있도록 더 신경 써서 최선을 다해 돌봐 줄 때가 왔는데 내가 처음 겪는 일이라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어릴 때 키운 기적같이 살아난 첫 번째 댕댕이는 그때 아빠가 공부 안 하고 강아지한테 내가 너무 미쳐있으니까 더 잘 키워줄 곳으로 입양을 보냈기 때문에 노견 케어를 내가 겪어본 적이 없어서 카페도 가입하고 요즘 공부를 많이 하려고 한다.

갑자기 잘 걷지도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는
이제 하나씩 몸이 고장 나기 시작하는 건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들면서 그동안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못해주거나 신경 덜 쓴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너무 괴롭고 마음이 아파서 새벽까지 울다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그렇게 다리를 굽히며 이상한 자세를 하더니 아침에 반응 보려고 간식통 흔드니까 먹겠다고 걸어오길래 밥 먹이고 좋아하는 산책을 데리고 나갔다.

산책만 나가면 다리 힘이 그나마 살아난다.

전보다 많이 못 걷고 힘이 부족해 보여서 내가 목줄을 먼저 절대 끌지 않았다.
애기가 가는 데로만 따라가 줬고 오늘부터 정말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중간에 벤치에서 쉬기도 하고 힘들어하면 슬링백에 넣어 걸으며 밖에 구경시켜 줬다.
걸어 다니는 것만 봐도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

집에 들어오니 또 축 쳐져있다. 꼬리 내리고 힘없이 늘어져 있는 것만 봐도 계속 눈물이 난다..

지금의 댕댕이도 애기 때 한번 고비를 넘겼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하루 동안 애기 옆에서 살아나라고 보살피고 탈수 증상 보여서 설탕물을 입에 넣어주면서 살렸었다.

강아지들은 주인이 옆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간호해 주다가 보면 스스로 살려고 안간힘을 쓴다.
두 댕댕이 모두 다 그랬었다.
나는 겪었다.
주인 사랑의 힘을.


온 가족이 돌아가면서 계속 살필 거다.
남은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전날 잘 뛰어놀다가도 다음날 무지개다리 건너는 애들도 있다.

잘 걸어 다닌다고, 밥 잘 먹는다고 방심하면 안 될 것 같다. 나중에 내가 후회 없게 최대한으로 교감해 줄 거다.
얘가 없다는 생각만 해도 이렇게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픈데 정말 그 현실이 다가온다면 나 정말 오열할 것 같다.

주인 없는 곳에서 혼자 외롭게는 절대 보내기 싫다. 가족들이 돌아가며 외출해서라도 울 애기 절대 집에 혼자 놔두는 일 없게 할 거다.

나 좋다고 독한 약 먹이면서 일부러 억지로 생명을 연장시킬 생각은 없다. 다만 아프지 않고 삶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적절한 치료를 잘 선택할 것이다.

내가 제일 원하는 건 울 댕댕이에게 주어진 삶 동안은 아파서 괴롭지 않게, 외롭지 않게 , 주인한테 많이 사랑받았다고 행복했다고 느끼게 최대한 해주는 것이다.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

전에는 산책하다 지나가는 사람들 보고 힘차게 짖으면 혼내고 했는데 이제는 짖으면 아직 짖을 힘이 있어서 안심되고, 화장실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가서 대소변을 보게 훈련시켜 놨는데 애가 힘든지 부스 안까지 안 들어가고 부스 문에다가 쉬아를 하는데 이젠 거기까지 가서 다리 들 힘이라도 있어줘서 기쁘기까지 하다. 나도 이런 모든게 감사하는 감정으로 변해간다. 이 글을 보는 분들 아파도 아프다고 말 못 하고,외로워도 외롭다고 표현을 할 수 없는,혼내도 주인만 바라보고 사는 반려견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눈 마주치고 사랑한다고 많이 얘기해 주고, 아무리 바빠도 아프지 않은 노견 생활을 맞이하기 위해 산책도 많이 시켜주고 절대 집에 혼자 오래 있게 하지 않도록 많은 애정을 쏟아주길 간절히 바란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느끼는 이런 찢어지는 마음 아픈 감정들.. 후회.. 당신들은 느끼지 않았음 한다. (69일전) 반려견과의 이별이 다가오는 순간은 생각보다 빠르다. - https://fingeronline.tistory.com/m/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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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가기 2-3달 전 한동안 힘들어서 일부러 영상들을 꺼내 보지 않으려 했지만 기억을 더듬어서 천천히 상태를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라도 알리면 내가 지난날에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 아픈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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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을 함께한 아들과의 작별.. 40일간의 호스피스. https://youtu.be/XDSrUFTqs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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